[후기] 2021 SW 마에스트로 12기 활동 및 수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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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2021년 4월부터 8개월 간 정말 열심히 달려왔던 SW 마에스트로 활동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사실상 2021년 회고록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정말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고, 후회하고, 기뻐했던 것들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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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그리고 합격

SW 마에스트로에 지원하게 된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군대에서 1년 정도를 알고리즘 공부를 했었고, 단순히 내가 그동안 쌓아올린 실력을 검증해보고 싶었던 찰나 백준 사이트에서 SW 마에스트로 모집 공고를 보게되었다.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로지 1차 코딩테스트, 그리고 2차 코딩테스트라는 두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바로 신청 서류를 제출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안되면 말고” 마인드였기 때문에 자기소개와 같은 필수 입력란을 매우 대충 작성했었다. SW 마에스트로 모집 특성 상 서류는 웬만하면 통과가 됐기 때문에 필자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코딩 테스트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난이도가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었기에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나의 목표는 달성했었다. 전역 이후 처음 맞이해보는 코딩 테스트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내고 당당히 합격했다. 그런데 이쯤되니 SW 마에스트로(이하 소마)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제서야 구글링을 통해 소마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어…? 진짜 괜찮은데 이거..?

알고보니 국내 SW 대외활동 중 가장 지원 규모가 크면서 주변에서도 많이 알아주는 활동이었다. 그때부터 심층 면접까지 1주일동안 면접 준비에 힘을 썼다. 면접 또한 처음 겪는 경험이었고, 정말 붙고싶다는 마음에 최대한 열심히 준비했었다.

면접은 뻔한 질문을 제외하고는 수준이 상당히 높았고, 면접 직후 나는 떨어졌다는 확신에 멘탈이 나갔었다. 이 심정으로 위에 심층 면접 후기 글을 작성했었는데 처음에는 멘붕이 심해서인지 거의 나 자신에 대한 반성문같은 느낌의 글이었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기존의 후기글에서 최대한 감정을 덜어내고 객관적인 후기로 수정했다😅

붙고나서는 정말 기뻤다. 군대에서 힘들게 짬을 내어 열심히 코딩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았다는 생각에 더욱 뿌듯했고, 벌써부터 올 한 해가 정말 재미있고 값진 경험으로 가득찰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빨리 활동이 시작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매일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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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과정

예비 과정에서는 크게 멘토링, 미니 프로젝트, 해커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멘토링은 소마에 소속된 멘토 분들이 오픈하는 기획기술에 대한 소규모 강의를 말한다. 초기에는 아무래도 프로젝트 기획에 대한 강의가 많고, 기술에 대한 강의도 간간히 올라온다. 나는 시간이 되는 한 최대한 많은 멘토링에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멘토링 참여에 따로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었고, 소마에 최대한 참여하고 싶었다. 심지어 나는 그 당시 대학교도 재학 중이었는데, 전공 시험 전날에도 듣고싶은 멘토링이 개설되어 들으러갔다. (심지어 멘토링 끝나고 연수생들과 한 잔 걸치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멘토링은 기획이나 기술을 배워가는 것보다, 많은 연수생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더 의의가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기획이나 기술은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더 잘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소마에 올 정도로 SW에 관심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값진 일이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가 거의 없다시피였기 때문에 멘토링에 참여하는 것이 다른 연수생들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였다. 또한 이러한 예비 과정에서의 만남이 추후 본 과정의 팀 빌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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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6인1팀을 꾸려 미니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팀에 정말 잘하시는 분이 두 분정도 계셨다. 얼마나 잘하는지 가늠이 안 올 정도였고, 회의 과정에서 말하시는 것만 봐도 일단 정말 잘하시는 분이란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도중에 취업이 확정되어 소마를 아예 나가시는 분이 우리 팀에 계셨다. 취업이라니, 나에겐 너무 먼 얘기였다. 우리 팀에서는 딱히 인력이나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어서 모두 축하해주며 보내주었던 기억이 난다. 무사히 결과물을 제출했고,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나는 딱히 기여한 게 없어서 아쉬울 것도 없었다. 그저 소마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구나를 깨닫는 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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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해커톤을 진행했었는데,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이는 본 과정 팀빌딩이 완료된 상태에서 진행했다. 우리팀 3명을 포함하여 6인1팀으로 진행하였고, 이 때 나머지 세 분은 본 과정 중에서도 간간히 서로를 기억하며 컨택했다. 나는 해커톤이 처음이었는데, 그냥 단기간에 밤을 새며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근데 정말 밤을 샌다고는 생각 안했다. 그냥 그만큼 바쁘구나 싶었다. 그런데 다들 정말로 밤을 샜다. 오후 2시쯤 기획을 마무리 짓고 개발에 돌입하여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개발을 했다. 나를 포함해 각자 맡은 분야에 익숙치 않은 분들이 많은 것이 오래걸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개발 과정에서 SSR을 구현해야하는 이슈가 있어서 집에 있던 책을 보고 따라하거나 수많은 구글링을 통해 소스 코드를 찾아보곤 했는데 결국 몇 시간 삽질 끝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때 처음으로 코딩이 질리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SSR은 적용하지 못한채 개발을 어찌저찌 마무리하고 나는 곯아 떨어졌다. 오후에 각 팀의 프로젝트 발표가 있었는데 중간에 일어나서 반쯤 자는 상태로 보다가 결국 우리 팀 발표 전에 기절해버려서 우리 팀 발표는 보지 못했다. 팀장이 본 과정 팀장이기도 했는데 좀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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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의외로 우리 팀이 해커톤 1위를 수상했다. 다른 팀들의 발표작들을 보면서 소마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구나를 깨달았는데 왜 우리 팀이 받았는지 의문이었다. 이건 12기 과정을 수료한 지금까지도 아직 미스테리이다.


팀 빌딩

소마에서는 본격적인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예비 과정 두 달동안 3인 1팀을 꾸려 팀을 빌딩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가 많이 제한되어 각자 소마 웹페이지에 자기소개를 올려 자신을 어필하고 연락을 주고 받았어야 했다. 여기서 나는 큰 난관에 부딪혔다. 다들 자기소개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수상 경력들을 줄줄이 적어놓았지만 정작 나는 프로젝트라곤 소소하게 진행했던 개인 프로젝트 몇몇개가 전부였고 수상 경력은 전무했다. 도저히 나한테 연락이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팀을 직접 모집할 만큼 팀원들에게 보여줄 실력이나 신뢰도 없었다. 팀 빌딩이 소마 활동의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초조했고 걱정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게 메일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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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소마에 있는 대단한 분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었다. 바로 코딩에 대한 열정이었는데, 더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코딩에 대한 오타쿠 기질이었다. 내가 비록 개발 경험도 부족하고 알고리즘밖에 아는 건 없지만 밥만 먹고 코딩만 하라하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코딩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런데 이러한 오타쿠 기질이 내 자기소개에 새어나와 버렸었다. 난 내 자기소개에 이런 문구를 썼었다.

대학만 가면 조원들과 밤새 코딩만 하며 매일 새로운 것을 만드는 대학 생활을 꿈꿨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곳에서 그 꿈을 실현할 것이고, 저와 같은 열정과 의지를 가진 분과 함께 팀을 하고 싶습니다.

나에게 유일하게 연락을 준 그 사람은 다름아닌 이 문구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고 했다. 난 항상 생각하고 있던걸 그대로 적은 것 뿐이었는데 이 한 마디가 소마 활동을 좌지우지할 줄은 몰랐다. 나중에서야 알고보니 이 분은 나만큼이나 코딩 덕후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잠시라도 뭐라도 안 만들고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저 문구가 통했나보다.

연락을 받고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당일이 되서 만났다. 소마인들에 대한 경외심을 패시브로 장착하고 있을 때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 그 분 첫인상이 매우 좋았다. 그 분은 이미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와 대략적인 기획을 갖고 계셔서 나에게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그건 잘 듣지 않았고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기 위해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말을 많이 나누려고 노력했다. 성격 상으로 나와 정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팀을 하고 싶다고 어필했다. 당시에 그 분이 꽤 여러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확답을 주시진 않았지만 며칠 후에 팀 제안 연락이 오셔서 나와 팀원이 되었다.

팀에 들어가니 이미 한 분이 합류한 상태였고, 내가 마지막으로 합류한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나랑 그 분이 같은 날 같은 카페에서 우리 팀장에게 면접(?)을 봤던 것이었다. 4월22일이었고, 이를 우리 팀의 결성일로 삼게되었다. 그리고 프로젝트 기획과 함께 팀명을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고민 끝에 로켓단이라는 팀명을 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로켓을 탄 사이가 되었고, 로켓은 출발했다.


본 과정


좋은 환경에서 사람들이 모여 개발을 했다.

소마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보면 위와 같다. 좋은 환경개발, 그리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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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를 구하라

이렇게 팀을 구하고 예비 과정을 진행하며 친목을 다지기도 바쁘게, 팀의 담당 멘토 세 분을 섭외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팀을 맡아달라고 무작정 부탁드린다고 되는게 아니었다. 멘토 분들도 분명 자신이 맡고 싶은 팀과 프로젝트의 유형이 있었다. 그래서 무작정 팀을 맡아달라고 연락을 드리기보단, 여러 멘토분들에게 우리 팀의 기획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다고 멘토링을 요청드리고, 멘토링 과정에서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가 높으시고 좋은 조언을 주신 멘토 분들께 멘토링이 끝나고 섭외 요청을 드리는 식으로 멘토들을 한 분씩 구해나갔다. 그 결과 세 분 모두 우리가 원했던 멘토 분들로 무사히 섭외할 수 있었다.

본 과정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바로 멘토 분들 또한 팀원 만큼 소마 활동을 크게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우리팀의 멘토 분들 중 LG에서 팀장 직위를 맡고 계시는 기획 멘토 한 분의 얘기를 안 꺼낼 수가 없는데, 이 분 덕에 갈 곳을 잃었던 우리 프로젝트 기획의 방향성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팀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괜찮은 기획이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멘토 분들 중에서 오로지 소마 내에서의 우리를 생각해주시는 분이 계시는 반면, 개발자로서의 인생 전체에서의 우리를 생각해주시는 멘토 분들도 계신다. 이 기획 멘토 분이 그러한 분들 중 대표적인 한 분이셨다. 이러한 분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깨닫는 바가 많았다.

멘토 분들 중 또다른 한 분은 LINE에서 리드 개발자로 일하는 분이셨고,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모바일 게임의 서버를 개발하신 분이셨다. 프로젝트 최종 발표 직전에 이 분과 팀 회식을 가진 일이 있었는데, 거기서 그 분의 명함을 받고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명함 뒷장에는 LINE의 소속을 의미하는 LINE 캐릭터 브라운이 그려져 있었고, 앞장에는 기본적인 신상 정보들과 리드 개발자라는 직책이 멋드러지게 적혀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서울대학교 과잠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후에 멘토 분의 대학시절 생활과 처음 회사에 취업하여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된 일들을 정말 넋놓고 들었다. 깨달은 것은 이쪽 개발 분야는 실력만 있으면 인맥까지 따라온다는 말이 있을만큼 실력주의의 분야이고, 지금 내 앞에서 이걸 말씀해주시는 멘토 분은 틀림없이 거기서 정점에 계신 분이라는 것이었다.

언제쯤 자신이 만든 프로젝트 발표용 PPT를 LG 팀장님께 피드백 받을 수 있겠으며, 개발하다 막히는 게 있으면 LINE 리드 개발자분께 질문할 수 있겠는가?

정말로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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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못하지만 행운인 사람

기획을 멘토님들의 도움과 함께 완성시키고, 본격적으로 팀원들과 개발에 돌입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연수 센터를 사용할 수 없지만 팀원들 서로 거주지가 매우 가까워 주 3회씩 근처 카페에서 만나 개발 및 회의를 하기로 하였다. 나는 팀원들끼리 모여 같이 코딩을 하는 것에 환상이 있었기에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그런데 나는 정작 git에서 merge 한 번 안해봤을 정도로 협업에 있어서는 문외한이었다. 팀에서 팀장을 제외한 다른 팀원 한 명이 프로젝트 경험이 많아서 branch 전략, issue 정리 등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팀장과 같이 이 팀원에게 이후에도 개발적인 면에서 많이 배웠다.

나는 모바일 및 웹 프론트엔드를 담당했고, 나머지 두 팀원은 서버 개발을 담당했다. 개발을 하며 크고 작은 이슈들을 맞이했는데, 내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이슈들은 몇 개 없었다. 대부분 나보다 훨씬 잘하는 우리 팀원이 끙끙대며 해결했다. 내가 조금 더 많이 알았다면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때로는 프론트엔드인 나와는 관련이 없는 백엔드 쪽 이슈가 발생할 때도 있었다. 나머지 팀원 두 명이 복잡한 DB 구조에 대해 논의하거나 서버 간 통신 응답을 확인할 때면 나로서는 정말 그 둘이 멋있어보였다. 이때 자연스레 백엔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언젠가 꼭 나도 경험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개발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기획적인 면에서도 배운 점이 많다. 아니, 기획 자체를 배우기보다는 기획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배웠다. 버튼 하나의 위치나, 그 버튼의 기능 하나하나가 모두 기획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기획적인 내용에서 팀원들 간의 의견이 갈리는 일이 자주 있었다. 이럴 때마다 짧으면 1시간, 길면 3시간이 넘도록 기획에 대해 토론했다. 나는 그동안 팀원을 꾸려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원들끼리 갈등이 생기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서로 코드 스타일이 달라서 싸우나…? 그런데 이번 소마를 통해 깨달았다. 아마 대부분 기획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엇갈려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리라. 이 버튼을 여기에 넣을지 말지, DB 구조를 어떻게 짤지는 프론트엔드, 백엔드 각각의 개발적인 이슈가 아니다. 팀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기획적인 토론을 할 때이다.

또 우리 프로젝트는 실제 서비스로 배포되어 사용자를 모으는 것이 큰 목표였다. 이 목표로 인해 정말 이 때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우리팀은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업체에 메일과 인스타그램 DM을 보내고,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광고를 등록하며 마케팅을 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DB에 점점 쌓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든 앱이나 블로그에 광고를 다는 것은 해봤어도, 내가 직접 광고를 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또한 개발적으로도, 실서비스로 배포하는 만큼 로그인이나 서버 API에 대한 보안이나, 배포 환경에 대해 엄청 많은 시간을 들였다. 물론 내가 아닌 훌륭한 우리 서버 개발 팀원이 들였다.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어께너머로 배우면서 이 프로젝트 아니면 정말 배울 기회조차 없겠구나 싶었던 것들이 많았다.

나는 이렇게 팀원에서 제일 못하는 존재였지만, 그만큼 제일 많고 다양한 것들을 배웠다. 어떻게보면 이기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내 스스로 코딩 덕후라는 것을 인정할 만큼 개발에 대한 열정이 있다. 이 열정을 불살라서 정말 하루종일 코딩만 했다. 며칠 연속으로 하루 10시간 이상씩 했던 기억도 있다. 이러한 나의 작품을 팀원들에게 카페에서 공개할 때면 그렇게 뿌듯한 일이 없었다. 내가 만든 모바일 앱 화면을 보고 감탄하는 팀원들을 보고 있자면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았다. 팀원들은 항상 나를 보고 제일 열심히 한다고 해주었다. 제일 “잘하진” 않았지만, 제일 “열심히”라는 타이틀이라도 따내서 그나마 덜 미안하게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나머지 팀원 둘은 내가 존경하는 개발자이자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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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보단 사람이 어렵다

우리 팀은 다음과 같은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 창업이 하고 싶고 감정을 읽으라고 내어주는 사람
  • 취업이 하고 싶고 감정을 최대한 감추는 사람
  • 코딩이 하고 싶고 감정을 읽고 맞춰주려는 사람

서로 많이 다르지만 밸런스가 정말 잘 맞았고, 팀 내에서 각자의 역할이 확실히 있었다.

소마 활동은 팀원이 누군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누구나 그것을 알고있고, 팀 빌딩 때 최대한 나와 맞을 것 같으면서도, 개발을 잘할 것 같은 사람과 팀을 꾸릴 것이다. 이렇게 신중하게 팀을 짠다고 한들 과연 완벽한 팀을 꾸릴 수 있을까? 사람 중에는 타인에게 자신의 성격을 바로 드러내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성격을 수개월 동안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서로 성격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또 이러한 사람들 때문에 남몰래 허우적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감동과 영감을 얻기도 했었고, 서운함과 차가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나는 나에게 정말 과분한 팀원들을 만났지만, 더 좋은 추억을 만들고 최선의 팀이 되도록 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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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 그 이후

SW 마에스트로 12기 수료와 동시에, 2021년이 마무리 되었다. 올해만큼 많은 것을 배워가는 해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다양한 것을 배운 해였다.


소마를 통해 얻은 것

개발적인 지식에 있어서는 올해 수직 상승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내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뤘던 프레임워크에 대한 지식을 늘린 것이 전부가 아니다.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팀원들과의 협업, 프론트엔드와 백엔드의 역할과 서로 간의 소통,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프로젝트 내용 전달, 그리고 실서비스로의 배포와 마케팅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결코 얕지 않고 깊게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또 내 이름으로 SW 특허도 내보고, 본 과정 이후에 진행된 고도화 과정에서는 교육을 통해 AWS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 더해 개발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배움 뿐만 아니라 큰 고민을 얻기도 하였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모바일 및 웹 프론트엔드를 맡았었는데, 백엔드 서버 개발도 정말 매력적으로 보였다. 동시에 기존에 관심이 있었던 모바일 개발에도 더욱 애정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각 개발 분야별로 떠오르거나 대표적인 프레임워크와 각각에 대한 특성도 알게 되었다.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서는 하나의 개발 진로를 정하고, 이에 관련된 특정 프레임워크의 숙련도를 높여야 할텐데 개발 진로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빠지게 되었다. 안그래도 선택 장애 기질이 있는데 정말 고르기 어렵다. 한 시라도 빨리 정하고 전문적인 공부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백엔드와 DB 분야에서 판단을 할 만큼의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했다고 판단해서 우선 당분간은 이쪽 프로젝트 경험을 쌓고나서 최대한 빨리 판단할 생각이다.

또, 어떻게 하면 취업에 성공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주변 연수생들이 어떤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있는지, 분야 별로 어떤 기술 스택에 집중하고 있는지, 어떤 SW 관련 활동을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개발 진로를 빠르게 정하려는 것도 이러한 것들에 기반한 판단이고, 진로를 정했다면 어떻게 공부하고 역량을 길러나가야 할지도 어느정도 감이 잡혔다.

지금은 이렇게 소마에서 얻었던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내가 꿈꾸는 개발자가 되기 위한 고민을 하며 계획을 짜고있다.


마무리

어찌보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프로젝트 결과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증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인증을 눈 앞에두고 끝까지 달려왔던 로켓단을 격려하고 싶다. 글에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는데, 지나고보니 프로젝트 자체는 그저 배경일 뿐이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값진 것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그러한 것들을 최대한 이 글 안에 정리해보았다. 글을 처음 쓴 뒤 며칠 간은 빠뜨린 것들이 갑자기 떠오르곤 해서 수정을 반복하고 있다.

소마가 끝난 이후, 팀장은 백엔드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나의 의견을 수용하여 자신의 개인 프로젝트에 나를 백엔트 파트로 합류시켜 진행하고 있고, 다른 팀원 한 명은 취업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있는 듯하다.

나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해준 SW 마에스트로와 로켓단에게 정말 고맙고, 언젠가 로켓단끼리 공유했었던 서로의 꿈을 꼭 원하는 시기에 이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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